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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예·전각
0. 장봉(藏鋒)과 삼절(三折)

서예에는 필법이 있다. 필법이란 붓을 사용하는 방법을 뜻한다. 즉 붓을 어떻게 쥘 것인가 하는 집필법(執筆法), 붓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운필법(運筆法), 붓의 움직임 및 리듬, 생동 등의 요소들을 실제로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 하는 용필법(用筆法) 등 여러 내용을 포함한다. 그리고 각각의 필법은 단순히 기술적인 방법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, 삶과 연결되는 의미들 또한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.

다양한 필법 가운데 장봉법(藏鋒法)이 있다. 감출 장, 칼끝 봉 자를 쓰는 장봉법은 붓끝을 획의 안쪽에 감추어 넣으면서 쓰는 기법을 말한다. 이를 위해 시작점과 끝점 모두 획 안으로 감춘다. 장봉은 붓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획이 둥글고 두터운 느낌을 준다. 획 속에 자연스럽게 붓끝이 숨어 있어서 마치 내면의 힘이 획 속에 응축되는 느낌이다. 가장 오래된 서체 중 하나인 전서(篆書)에서 장봉법이 특히 두드러진다.

또한 삼절법(三折法)이라는 것이 있다. 이는 하나의 획을 세 번 끊어 쓰는 방법이다. 획을 시작하는 기필(起筆), 붓을 움직이는 행필(行筆), 획을 마무리하는 수필(收筆)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. 각 단계에서 잠깐 머물렀다 나아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삼절의 핵심이다. 이 세 번의 끊음은 손목과 팔이 이루어내는 기술적 절차만이 아니라, 획 안에 시작과 중간과 끝이라는 일련의 흐름을 의식하며 담아내는 데에 그 이해의 의미가 있다. 그렇기에 삼절을 익히는 것은 붓을 다루는 기법을 배우는 동시에, 하나의 획마다 완결되는 시간을 새기는 연습이기도 하다.

서예에 관한 첫 내용으로 장봉과 삼절을 작성하는 이유는 내실을 다지고, 또 나아가고자 하는 현재의 마음에 가장 인상적인 필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. 이는 서예에 관한 것이면서 내 삶의 용필에 관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.

참고